아들이 5~6살이 됐을 무렵, 그 시기에 맞춰 내 가족은 취미생활을 만들고 싶어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
집에만 있고, 서울 쪽에서만 돌아다니는 게 지겨워 캠핑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강원도 양양의 한 캠핑장을 갔었는데, 캠핑초보에다가 두 번째 텐트 피칭으로
텐트 치는 감이 거의 없는데 거기다 비까지 오니 정말 암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거의 와이프랑 비 쫄쫄 다 맞으며 1시간 넘게 피칭을 하고 세팅을 하다 보니 아이 밥 먹을 시간을 놓쳐 버렸는데
제일 빨리 텐트에서 해 먹을 수 있는 게 라면 밖에 없었다
5~6살짜리에게 밥으로 라면을 주기가 참 미안했지만 그래도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되다 보니
라면을 끓였고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진라면 매운맛이었던 거 같은데
매운데도 불구하고 허겁지겁 라면을 엄청나게 잘 먹었다
그때부터 아들은 라면에 대한 기억이 좋았던 건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항상 라면을 꼽는다
한국 일반 라면부터 일본 라면들 까지 라면이라면 다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아들이 아홉 살이 되어 얼마 전 나에게 본인이 이제는 직접 라면을 끓여 보겠다고 하였다
나는 이 모습을 촬영으로 해서 유튜브에 올리기로 결심했다
아들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인이 라면을 끓여 먹던 날 그것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말이다
언젠가 커서 영상을 다시 볼 때 느낄 아들의 감정을 떠올려 보니 꼭 기록으로 남겨주고 싶었다
나는 영상을 찍으며 최대한 개입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라면의 조리법을 본인이 확실히 숙지하고
본인 의지로 혼자 하길 바랐다 내가 도와주면 계속 내게 의지 할거 같아서였다
아들은 정말 라면에 진심이었다 본인이 설명서를 확실히 이해하고 자기 나름대로 냄비에 물을 받고
물 550ml를 넣은 후, 전 날 내게 가스레인지 불 켜는 법을 배워 연습을 한대로 불도 잘 켰다
아이가 불을 무서워하는데 라면 끓일 때 이 두려움이 조금 깨진 듯하여 내심 뿌듯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살면서 계란도 아마 처음 깨 봤는지 몇 번을 알려주고서야 라면에 퐁당 계란을 넣을 수 있었다
어설프게 깨다 보니 노른자가 터져서 나와버렸다 그래도 먹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
끝내 본인의 노력을 라면을 끓여내 첫 입부터 마지막 한입에 거기다 밥까지 말아먹는 국록을 시전 하면서
자신이 끓인 라면에 대한 노력과 애정으로 정말 맛있게 잘 먹은 내 아들
이제 조금씩 커 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어리지만
예전보다 더 커 버린 아들에게서 뭔가 알 수 없는 애틋함과 미안함 이런 것들이 느껴져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는 동안 뭉클함이 느껴졌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착하게 부디 사춘기도 잘 넘어갔으면 ㅎ
아들이 담긴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며
https://www.youtube.com/watch?v=KfbhR9IDr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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